박영춘 시인, 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맏물오이를 따던 날

 

둥글넓적한 이파리 뒤에 숨어

팔랑이는 노란 옷고름

수줍은 처녀얼굴에

도들 도들 돋아나는 여드름처럼

어느 겨를에 쑥 쑥 다 커버린

첫물오이

풋풋한 오이꽃향기

싱그러운 오이꽃사랑

오이꼭지의 씁쓸한 뒷맛

까맣게 잊었던 그리움

널따란 이파리 뒤에 숨어

파랗게 미소 짓는

맏물오이를 따던 날

향긋하면서도 싱그러운

씁쓸하면서도 풋풋한

밭고랑에서 만난 오이꽃향기

오이꽃참사랑 향긋하게 포옹했다

오이꼭지처럼 씁쓸하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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