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을 위하여”

세상 사람들은 정흥모(34)씨를 ‘버니 정’이라 부른다. 각종 행사장을 누벼야하는 키다리 피에로에게 잘 어울리는 예명이라며 그는 웃었다. 사실 정 씨의 원래 꿈은 영화배우.

소싯적 드라마 엑스트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당시 한창의 주가를 날리던 야인시대의 액션대역으로 브라운관에 종종 나타났다. 물론 대역인 까닭에 얼굴을 내비치진 못했지만 방송가에 발을 디딘 후 가수 엄정화 씨의 매니저 겸 보디가드로 활동하는 등 영화배우란 꿈의 언저리를 맴돌았다. 이랬던 그가 잠시 외도를 한 곳은 이벤트 회사, 이곳에서 키다리 피에로와 운명적으로 만난 정 씨는 10년이란 시간을 피에로로 살아오고 있다.

“고등학교 때 재미로 피에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어쩌다 진짜 직업이 됐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서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제는 제법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그는 피에로 팀이 전무한 충남지역의 사업성을 보고 과감하게 서산으로의 귀향을 결심했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활동하며 행사장 곳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감초역할로 인기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피에로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지역의 공연문화 여건상 상당기간 거래처는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고, 설자리조차 막막했던 시절도 있었다. 만일 그때 포기했다면 다른 모습의 정흥모가 지금 존재했을 것이고 버니 정이란 피에로는 영영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 씨는 웃는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막노동을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기회가 되는 데로 여기저기서 저를 알리기 위해 피에로 분장을 하고 사람들과 마주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자 재산이 된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힘든 청춘을 보내던 정 씨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2년 충북 진천군 문화축제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는 피에로의 모습이 각 방송을 타자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지난해 KBS ‘나는 남자다’에 출현하면서 전국적인 스타 피에로가 됐다.

“방송 이후 서산은 물론 타 지방 공연에서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아! 이제는 내가 제법 알아주는 피에로가 됐구나!’하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의 꿈을 위해서 계속 전진하고 또 전진할 겁니다”

국내 유명 피에로 6명을 모아 ‘피에로 아티스트’란 공연 팀을 만든 정 씨는 2가지 꿈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하나는 후배들을 키워서 충남권에 피에로 공연팀을 창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릴 적 꿈인 액션영화배우에 도전하는 것이라 했다. 취업난이다 뭐다해서 청춘 같지 않은 시절을 보낸다고 투덜거리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피에로 버니 정을 소개시켜주고 싶다. 인생살이에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도 많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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