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류종철

강원랜드 직원채용비리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국회의원들과 지역 유지들이 관여하여 불평등과 끼리문화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이 사건은 부정으로 채용된 226명의 직원들이 면직되고, 부당하게 떨어진 사람들이 구제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국회의 법사위원장 등이 연루된 이 사건은 몇 가지 우리사회의 적폐를 종합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은 바늘구멍 같은 공기업 취업 경쟁에서 권력자 등이 동원된 부정과 불공정의 문제가 시작이다. 사건이 표면화된 후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연줄 동원과 부당한 수사압력은 또 다른 차원의 적폐를 의미한다. 부당한 청탁과 압력을 행사한 몇몇 국회의원은 검찰출신 동료 국회의원과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를 통해 관할 춘천지검장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자기들은 수사선상에서 빠지고 오직 강원랜드 사장만 불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게 담당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한다.

담당 안미현 검사가 부당한 지시에 순응하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인사이동 시켰다는 이야기다. 물론 해당 압력을 행사했다고 의심받는 권 모 의원과 검찰출신 최 모 의원, 그리고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은 혐의를 부정한다. 오히려 그들은 안미현 검사가 정상적인 인사이동에 불만을 품고, 있지도 않은 외압을 거짓으로 폭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여기서 양측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부정과 끼리문화, 공평하지 않은 시회는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져서 보통시민들도 그 심각성에 대해 마취가 된지 오래라면 과장일까?

나는 용감한 내부고발자들을 기억한다. 감사원의 삼성 봐주기를 폭로한 이문옥 감사관, 공개적으로 집권세력을 지지하게 투표를 강요한 군의 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중위, 삼성이 검찰을 조직적으로 관리한다는 검은 커넥션을 폭로한 삼성 법무팀의 김용철 변호사, 총리실의 민간인사찰을 폭로한 장재수 주무관 등은 우리사회의 부당한 압력과 불공정, 불의에 당당히 맞선 용기 있는 의인들이다.

주위의 부정을 고발하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하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면 대부분의 우리는 애써 골치 아픈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용감하게 행동했다. 많은 핍박과 따가운 시선을 각오하고 사회의 정의를 위해 개인의 손해를 받아들인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사회는 용감한 내부고발자들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존경은 고사하고 조직을 배반한 나쁜 사람이나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근거 없이 개인적 불만이나 보상을 바란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으로 노골적으로 의로운 행동을 폄훼하기도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마음 편하게 그냥 못 본 척 넘어갔으면 어떠했을까? 지금 행동한 그들에게 무엇이 남아 있는가?

자정의 능력을 상실한 사회는 희망이 없다. 외부로부터의 개혁은 속도도 느릴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반발 등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내부고발자들은 엄청난 사회적 편견과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내부의 부조리를 온 몸으로 고발한다. 최소한 사회가 스스로 정화될 능력을 모이려면 자신들은 용기가 없어 행동하지 못하더라도 앞서가는 개척자들에 사랑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 설령 그들이 내부 고발을 마음먹은 이유가 그들의 개인적인 불만에서 연유된 것이 조금은 있더라도 폭로한 부조리와 부정이 그들이 꾸며낸 소설은 아니지 않은가?

연줄문화가 강한 조직일수록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이래서 어렵다. 조직의 밖에서 깨어있는 민주시민이 내부로부터 부는 개혁의 바람을 응원하여야 한다. 내부 부조리에 대한 적극적 문제 제기는 조직, 나아가 시민사회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우리는 직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조직의 문제점을 누구나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그런 민주사회를 만들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의 집단 지성으로 토론과 합의가 꽃 피는 민주 서산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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