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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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유감
  • 류종철
  • 승인 2018.03.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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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류종철

평생을 한 가지 직업만 갖고 살아 온 필자는 그 직업과는 다른 은퇴 후의 소박한 희망이 있다. 늘 과학적 사고에 물든 멋없고 딱딱한 과학의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마음껏 나래를 펴는 인문학에 대한 동경이다. 나의 소박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아울러 그들의 생각을 듣고 소통하는 것. 이것이 나의 소박한 은퇴 후 꿈이다.

나의 생각을 활자화하여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대화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나의 생각을 인쇄화한 출판을 축하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조촐한 대화의 마당을 만들어 보고 싶다.

세상에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생각을 알리고 싶은 정치인들은 더욱 더 이런 자리, 그들의 출판기념회를 열고 싶을 것이고, 그런 자리에서 많은 유권자, 시민들과 소통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것은 출판기년회의 순기능으로 특히 선거철에는 공직후보자 정치인들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큰 이벤트이다.

요즘 선거철에 온 나라가 출판기념회로 시끄럽다. 그러나 소통이라는 순기능보다 여러 가지 역기능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으며, 비록 합법적인 범위안의 행위라도 반드시 개선해야 될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첫째, 책 내용에 대한 알찬 설명과 독자들의 의견을 듣는 대화는 없고 시끄러운 세 과시용 이벤트 행사만 가득하다. 북 콘서트의 개념은 소통이다. 저자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그 내용에 대해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것은 출판기념회의 기본이다. 그러나 요즘은 책의 내용에 대한 대화는 찾아보기가 정말 어렵다. 그 행사에 참석이 은연 중 강요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참석이 저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약자의 몸부림으로 보이는 것은 오늘날 일부 출판기념회의 슬픈 모습이다. 참석하지 못한 사람은 왠지 예비 권력자의 눈 밖에 날까봐 영 마음이 찜찜하다. 이러니 에비권력자들의 출판기념회에는 많은 공무원들이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둘째,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을 비싸게 사야 되는 권력자에 대한 합법적인 뇌물 제공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책값은 정가로 지불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을 정가보다 싸게 사면 절대로 안되고 정가보다 높은 가격이면 아무리 큰돈을 지불해도 용인이 되는 이상한 법률의 묵인 아래 유력자의 책을 정가의 몇 배, 몇 십 배를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것도 책값 봉투에 구입자의 이름을 크게 써서 그 분의 책을 내가 이만큼의 돈을 주고 이렇게 많이 구입했노라고 보고하면서...

셋째, 편법적인 사전 선거운동의 마당으로 악용되고 있다. 모든 선거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여야 한다. 여러 후보들 중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힘이 있는 후보는 어떻게 시간을 만들었는지 선거 때에는 어김없이 자기가 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돈 없고 힘이 없는 후보는 이런 집필 활동이나 그에 따르는 출판을 기념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거 때만 노리는 출판 행위는 이런 의미에서 공평한 기회의 경주는 아니다.

비록 합법적이더라도, 그 행위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 축제 선거의 본래 취지인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선거에 임박한 세몰이식 출판기념회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법을 이행하는 주체인 사람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출판기념회는 존재 가치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여기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출판기념회는 북 콘서트로 형식을 바꿔서 저자와 독자의 소통을 위주로 하며, 횟수의 제한은 두지 않는다. 북 콘서트에서는 책의 판매는 금지하며, 책의 판매는 서점에서만 가능하다.

둘째, 책을 꼭 사고픈 사람은 정가대로 무기명으로(물론 책 살 때 기명으로 사는 경우는 없다) 구입한다. 구매 수량의 제한은 두지 않으나 부작용이 우려되면 제한도 고려한다.

우리 지역에도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한창이다. 이미 지나간 기념회도 있고 앞으로 예정된 출판기념회도 있을 것이다. 정치 자금을 모으면서 덤으로 누가 나의 지지자인가 명확하게 알 수도 있는 행태의 출판기념회는, 정치인 당사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일지 모르나, 참석 안하면 뭔가 예비 권력에게 불편한 존재로 비쳐질까 하여 시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고 하면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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