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이제는 나의 문제

발행인 류종철 류종철l승인2018.03.08l수정2018.03.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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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980년, 옆 동네 홍성군의 보건소장으로 발령받는 행운을 누린 지도 벌써 40년이 다가 온다. 그 시절의 인연으로 충청도와 연을 맺어 이곳 서산에서 정 많은 시민들과 부대끼면 살아 온 지도 어언 30년, 세월의 화살 같음을 실감하는, 이제는 노년의 나이다. 나이와 함께 세상은 참으로 변함이 빠르다.

아파트 한 채 없던 서산에는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번화가는 화려한 네온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외견상 활기가 넘치는, 기운이 팽창하는 대한민국이다.

우리 세대는 이제 모이면 옛날의 아련한 추억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추억이란 그 기억이 아프면 아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 가치를 갖는 법, 같은 세대의 공통분모로써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하기도 한다.

많은 아련한 추억 중에 우리는 1981년 우리나라 인구가 4,000만 명을 넘어가던 시대의 인구 정책을 기억한다. 전 두환 전 대통령은 인구 증가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모든 시책을 인구 증가 억제, 즉 가족계획에 집중한다. 광장에는 인구 4,000만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보여주는 인구시계가 마치 국가 멸망의 시한폭탄처럼 40,000,000을 향해 가고 있었고, 군청 간부회의의 주 의제 중 하나는 언제나 각 읍면별 가족계획 실적이었다.

1982년에는 가족계획, 즉 정관, 난관 시술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군수의 인사이동이 있을 정도였고, 재미없이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던 예비군 훈련의 면제도 정관수술을 장려하는 하나의 공식 수단이었다. 그 선봉대로서 예비군훈련장을 다니며 시술을 독려했던 보건소장으로서, 또한 1987년 우리 아이가 서산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2부제 수업과, 인구 폭발은 국가의 번영을 가로막는 제일의 암적 존재라는 것에 모두가 수긍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그 당시 홍성군의 인구 정책 표어가 1.2.3운동이었는데, 이는 1가정이 2자녀만 30세 이전에 모두 끝내자. 즉, 여자 나이로 30이 되면 출산은 이제 그만 하고 가족계획을 하자라는 슬로건이니 지금 생각하면 이해는 하면서도 한심한 정책 표어다.

지금의 인구 절벽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2.3운동은 옛날의 아련한 구호로 차치하고, 늦어지는 혼인연령과 출산 기피는 사회의 복잡한 문제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매년 수 조원의 국가 예산과 총 수백 조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의 투여로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5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출산한 1980년대 생의 세대들이 우리나라 인구 분포 중 가장 많이 때어난 세대다. 그들이 지금 막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우리나라로 보면 인구가 한참 늘어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오히려 작년 2017년에 태어난 신생아가 한 해 동안 사망한 인구보다 적은 첫 번째 해라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되었다. 합계출산율이 1.05로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삼포시대를 이야기하는 세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인구절벽을 예고하는 지표가 불과 2~3년 전의 예상을 훨씬 앞질러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추세는 매우 절망적이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봉양 받아야 할 우리세대를 비롯해 지금의 젊은 세대까지 노후 문제 등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오고 있으며, 그 짐을 짊어 질 그들의 자녀들을 생각하면 더욱 출산하기를 주저한다는 소위 악의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정권은 유한하다. 그리고 인생도 유한하다. 정책을 다루는데 가장 간과하기 쉬운 나쁜 점은, 먼 날의 효과를 내다보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의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위주로 인구정책을 다루다 보니, 그 정책의 효과는 단순하다. 일과성, 단편적인 인구정책은 복합적인 원인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제한적이다.

이제는 혁명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인구 문제를 국가의 존망과 연결하여 바라봐야 한다.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고 일관성 있게 종합적으로 추진할 때다. 그래야 산부인과도 소아과도 살아나고, 육아산업, 교육산업, 제조업이 살아난다. 그래야 서비스업이 살고, 첨단 산업이 발전한다. 그래야 연금도 탈 수 있고, 태어 날 손자들의 재롱도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없는 세상은 공허, 무기력, 그리고 멸망, 그 자체만이 남을 것이다.


류종철  jcryud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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