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 사퇴...6.13지방선거 태풍의 눈으로 부상

안희정 지사가 4차례 성폭행,

현직 비서 “나 말고 다른 피해자 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여권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다음 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도지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후 사임했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였고 현재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는 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안 지사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8개월 간 자신을 4차례 성폭행하고 수시로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 해외와 서울 일정 등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면서 피해 장소와 일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미투(me too)’ 운동이 벌어진 지난 2월에도 (안 지사의) 성폭행이 이어져 이를 검찰에 고소하고 언론에 알리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안 지사 측 입장을 반박했다. 앞서 안 지사 측은 JTBC에 김 씨의 주장에 대해 “부적절한 성관계였음은 인정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즉, 김 씨와의 성관계는 인정하나, 성폭행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나와) 안 지사는 합의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안 지사가 저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너한테 상처 줘서 미안하다. 내가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했다”라면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사실이 아니라는 건) 지사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안 지사가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최근에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 출연 결심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사가 최근에 저를 밤에 불러서 미투에 대한 얘기를 했다. 미투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였던 것 같다”라며 “(안 지사가) 저한테 ‘내가 미투를 보면서, 그게 네게 상처가 되는 줄 알았다. 미안하다’고 해서 그날은 안 그러시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그날도 그렇게 (성폭행) 하시더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는 것을 안다. (저의 공개로)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면서 자신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언급한 피해자가) 안 지사에 의한 피해자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 분(다른 피해자)들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6일 오전부터 남궁영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시작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퇴했다. 6일 오전, 전 충남지사로 호칭이 밝혔다. 충남도는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체계로 전환했다.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6일 오전 9시 30분 충남도청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늘 중 사퇴서가 전달, 수리되면 오는 6월 말까지 권한을 대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퇴서는 이날 오전 중 전달돼 곧바로 도의회에 전달됐다. 안 지사가 전 지사로 호칭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남궁 행정부지사는 “지사가 없는 비상상황인 만큼 도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출직 대표가 아닌 만큼 각종 현안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권한 대행으로서의 결정권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 ‘성폭력 예방 및 갑질 문화 추방센터’ 개설‘

 

이날 충남도공무원노조(위원장 김태신)는 성명을 통해 “성역 없는 경찰의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성폭력 예방 및 갑질 문화 추방센터(041-635-5815)를 개설, 성폭력 예방과 여성권익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 “안 지사 행보는 뻔뻔한 위선”

6일 긴급 성명 발표, 안희정 지사에게 스스로 경찰 조사에 임할 것 요구

 

충남과 대전의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가 안희정 지사를 향해 “스스로 경찰 조사에 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는 지난 1월 충남도 6급 공무원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본 기간제 여직원을 응원하고 충남도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이 단체는 6일 오전 긴급 성명에서 “지난 5일 충남도청의 월례조회에서 미투운동을 지지하고 격려했던 그의 행보는 뻔뻔한 위선이었고 기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칭 민주주의자라던 사람이 전형적인 젠더권력 관계에서 위계를 이용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를 ‘적절한 성관계였다’고 해명한 범죄자 담론은 성범죄자들의 일반적인 모습의 표본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피해자의 미투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폭로”라며 “자칫 정치적 논리로 미투운동을 희석하거나,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등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희정 지사에게 즉각 경찰 조사에 스스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충남도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응징을 위한 대응 마련을 요구했다.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 구성 단체는 부여군 여성농민회, 서산참교육학부모회, 서산여성연대, 아산젠더포럼, 아산풀뿌리여성연대, 아산시성평등강사협의회, 안전지도자협회, 천안젠더모임, 천안여성의전화, 천안여성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YWCA충남협의회, 충남풀뿌리여성연대, 한국여성농업인아산시연합회, 대전성폭력상담소, 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여민회,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여성인권티움, 대전평화여성회, 풀뿌리여성'마을숲', 실천여성회 판), (사)세종여성 등이다.

 

‘'충격’에 빠진 충남 공직자-도민들

놀란 공직자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안희정 충남지사가 현직 정무비서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핵폭탄급 폭로가 나오자 공직자와 도민들은 물론 충청도 정치권이 큰 충격에 빠졌다.

공직자들은 서로 깜짝 놀라 사실여부를 확인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한 공직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이게 사실이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재차 반문했다. 또 다른 공직자도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며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산에 사는 한 주민은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25일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증언과 관련 “아무리 사람 속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게 사람으로서 말이 되는 일이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충남도는 6일 안 지사가 사임함에 따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남궁 영 행정부지사 체계로 전환했다. 하지만 파장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충청권 정치권도 충격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밤 9시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후 안 지사를 탈당, 제명처리했다.

6일 오전 8시 20분께에는 민주당 소속 30대 남성이 안 전지사에 대한 분노로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 유리를 야구방망이로 깨기도 했다.

안 지사를 지지해 온 트위터그룹 ‘팀 스틸버드’는 6일 활동 종료 선언하며 피해자와 연대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지난 2월 25일 이날 안 지사는 공식적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인 24일 오후 5시에는 KBS <명견만리>를 녹화한 후 예정된 모 단체와 만찬 일정에 참여했다.

성폭행이 있었다는 25일 다음 날, 안 지사의 첫 충남도 일정은 최근 충남도의회에서 폐지 의결된 충남 인권조례와 관련한 기자회견이었다. 안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 도정은 민주주의자로서 저의 소신이며 신념”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권조례를 지켜내겠다”고 밝혔었다.

충언련 공동보도,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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