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류종철

이미 지나간 이야기지만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못된(?) 현상 중 하나가 선거 이슈의 의도적인 변화다. 쟁점의 변화를 의도적으로 시도하는 경우는 대부분 선거 전략의 일부라고 치부되고, 선거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의 변화는 선거의 유효한 전략으로도 통한다. 그러나 정책 중심의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 즉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바로미터로서의 선거를 감정적인 어느 이슈 하나에 매몰되게 하여 선거 결과를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많았음을 우리는 무수히 경험했다. 가장 많은 의도된 프레임은 종북문제로, 선거 프레임의 왜곡은 의도되든 아니든 여론을 형성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의 책임이 또한 크다. 어느 한편의 선거 전략에 놀아나 의도되든 아니든 부화뇌동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두 눈 바로 뜨고 논점의 의도된 왜곡을 막는 것은 언론의 큰 책무다.

이런 여론의 왜곡은 선거철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정치판에서는 늘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집단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비껴가기 위한 의도된 정점의 왜곡은 자주 시도되며,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모 국회의원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동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 법무부에 사무관으로 특채된 것을 정치적인 압력에 의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그렇게 주장하는 특혜가 사실이라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직권남용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폭로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우리는 그 특혜라고 폭로하는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을 주시한다. 김 모 국회의원이 속해 있는 정당 소속인 몇 몇 의원은 강원랜드 신입직원의 90% 이상 대부분을 청탁에 의해서 우선 채용하는 비리로 온 나라를 분노하게 하였고, 아직도 그 사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청탁 의심 의원 중 한 명은 국회의 운영을 총책임지고 있는 운영위원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검찰에 압력을 넣어 수사를 방해했다는 담당 검사의 내부 폭로까지 이어져, 취직이 어려워 결혼, 출산까지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그 특혜 채용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반대 당 의원의 보좌관 채용 특혜 의혹은 자기들에게 향하는 국민의 분노를 물 타기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자료다. 그 놈이 그 놈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여론은 그들에게 최상의 결과다.

그러나 직권남용의 의혹을 받아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을 비호하기 위해 여론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야 곤경을 모면하기 위한 술책이라 치부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한 여론의 변화, 즉 프레임의 변화는 정당하지 않다. 백번 양보해서 보좌관 채용에 의혹이 있더라도, 강원랜드 직원 채용에 대한 직권남용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더구나 권력의 남용에 대한 물 타기를 위해 없는 죄를 마치 있는 것처럼,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개인의 인권을 공개적으로 짓밟는다면 그것은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만약 지금 언론에서 밝혀지는 대로 그 보좌관이 자기의 능력으로 채용되었다면, 아니 특혜의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밝혀지고 그 폭로가 자기들의 권력남용에 대한 물 타기를 위한 의도된 것이라면, 참으로 김 모 국회의원은 인격적인 결함을 가졌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가 우리 서산시민들이 선출한 우리의 대표가 아님을 우리는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인격적으로 모자라는 선출직 공직자들을 대할 때 우리는 선거 행태의 중요성과 함께 그들을 선출한 지역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지역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채용된 사무관은 누가 봐도 우수한 우리의 인재로서, 그 능력이 법무부 사무관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인 듯 보인다. 물론 특채에 대한 국회의원의 청탁이 없었음이 밝혀지고, 채용에 하자가 없다면 자기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희석시키기 위해 아무 근거 없이 폭로하여 한 개인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킨 공직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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