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설이 혈연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보내는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만월의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리는 개방적 성격을 지녔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하는 대보름 문화는 참으로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편을 짜서 줄다리기를 하고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 연을 날리다가, 밤이 되면 다시 모여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로 액을 물리치고 복을 빌었다.

이번 정월 대보름은 3월 2일이다. 대보름 밤에 다리(橋)를 밟으면 다리(脚)가 튼튼해진다니 도랑이라도 있는 마을 어귀에 달맞이 구경이라도 나가야겠다.

대보름날 세시풍속에 관한 여러 가지 단상(斷想) 중 제일 으뜸은 ‘밥 훔쳐 먹는 날’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농촌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경험했거나 한번쯤 들어 본 이야기일 것이다.

대보름을 맞아 여러 집(百家)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다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백가반(百家飯)’이라는 풍습. 모든 곡식이 그해에 풍년들기를 염원하면서 찹쌀, 찰수수, 차조, 팥, 콩 등 다섯 가지 잡곡을 섞어 지은 오곡밥(일명 잡곡밥)을 지어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었기 때문에 ‘백 집이 나누어 먹어야 좋다’는 뜻의 ‘백가반百家飯’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대보름날 특유의 ‘마을 공동체적 유대감‘과 ’나눔의 정신‘이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날은 어느 집에서든 밥을 먹을 수 있어 부잣집부터 찾게 마련이었고, 부자들은 어김없이 곳간을 열어 나눔으로써 복을 받는다고 여겼다. 굶는 이들이 많았던 시절에 명절을 맞아 서로를 챙겨주면서, 일 년 내내 끼니걱정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풍습이다.

또 그해에 운세가 나쁜 사람은 대보름날 남몰래 선행을 하면서 액을 없앴다. 그래서 가난한 집에 곡식을 몰래 갖다놓기도 했다.

대보름은 달의 명절이다. 대보름에는 한 점의 이지러짐도 없이 가장 풍요롭고 원만한 달이 뜬다. 달은 모든 존재를 감싸듯 은은한 빛으로 비추어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움을 지녔다.

올 정월 대보름. 둥근 달과 함께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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