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가 밝았다. 팬데믹 이후 두 번째로 방문하는 목욕탕, 평일임에도 묵은 때를 벗겨내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탕 내부에 붙어 있었으나 대다수가 맨얼굴이었다. 내게는 노마스크를 할 용기가 없었다.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와 목욕 바구니에 든 여분의 마스크 두 장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빠른 세안 후 다시 착용한 마스크가 얼굴의 물기로 축축하게 젖었다.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자 마스크 안으로 물이 흘러들어왔다.마스크 안에 고인 물보다 정작 신경이 쓰이는 대상은 옆에 앉은 할머니였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을 고친다?마음을 바꾼다? 새하얀 다리를 건너면 새하얗게 변하는 마음 올 한해를 잘 지냈나요?어떻게 지내오셨나요? 내마음 들여다 보듯 연못을 바라보며 안부를 물어본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5살 다연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크리스마스 캐럴을 신나게 따라 불렀다. 아이가 울면 안 되는 걸까? 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 은연중에 강요하는 가사가 불편했다.사람의 7가지 감정은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이 중 세 번째 ‘애’는 슬픔을 의미한다. 사람은 슬플 때 대개 눈물을 흘린다. 기쁠(희) 때나 화날(노) 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슬픔 따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거나 아픔을 참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다. 또는 그렇게 눈물을
현대사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1960년대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현대사적 사건들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며 그 매력의 이유를 찾아낸다. 인류는 최대의 비극이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참혹한 세계를 재건하며 이전과는 다른 체제와 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까지 득세했던 전체주의는 점차 힘을 잃었고, 자유로운 개인과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으며, 두 차례 전쟁을 통해 획득한 기술력과 미국의 자본을 토대로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뇌에 표상되는 시였다. 이 책을 가장 짧게 정리하라고 한다면 이 시로 대신하고 싶다. 시인의 사람에 대한 태도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은 결국 ‘존엄’인데 시인은 존엄을 이미 구현하고 있다. 즉,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 시인이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 곧 ‘존엄’인 것이다. 삶이 밥벌이와 타인의 도구로 전락한 현대적
글을 짓고 농사도 짓는 남설희 작가의 [오늘도 짓는 생활]을 읽다가 제목을 곰곰이 들여다보니 그 못지않게 나도 많은 걸 지으며 오늘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1. 밥을 짓다; 매일 밥을 짓는다. 보통 한 번에 두 끼 분량의 밥을 짓는데 계량컵으로는 3컵이 적당하다. 멥쌀과 찹쌀, 때때로 콩과 잡곡을 섞어 전기압력밥솥에 밥을 안친다.2. 글을 짓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짓는다. 신문사에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작가들이 말하는 마감의 고통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 취미는 독서. 읽는 행위는 즐겁다. 쓰는 행위는 힘들지만 끝내고 나면 뿌듯하다.
하루면 사라지는 하얀 세상날마다 새로워지고 싶어라 번뇌와 아픔이 서려져도눈만 오면 맑아지는 마음 부질없이 서글프기도 하지만또 눈이 왔기에 행복하기도 하구나 서위스의 눈은그래서 더 눈부시게 아름답다
쨍했는데 잠결에 본 하늘에는 눈이 내린다동트는 새벽에는 함박눈이 하늘을 덮었다 짐을 챙겨 찾아 보원사지로 출발아무도 밟지 않은 곳에 흔적을 남겼다 하얗게 덮인 눈을 밟으며그 옛날 조상들이 가신 흔적을 찾아본다 그때도 이 겨울이 두근거렸을까너무 하얘서 가슴이 시렸을까 하얗게 덮인 서산은 그야말로 서위스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집안 경제를 관리하는 사람은 대개 주부였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니었다. 엄마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깐깐한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사정을 말하고 돈을 받아 썼다. 엄마는 그 점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엄마가 돈 관리를 해보았는데 주변에 퍼주는 걸 좋아해서 돈이 자꾸 새나갔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빠가 돈 관리를 하는 게 낫다고 했지만 돈을 받아 쓰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도, 편해 보이지도 않았다.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결혼 후 직접 돈 관리를 하기로 했다. 매달 적금을 붓고 총액을 관리하는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지역신문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계기는 1987년 민주화대투쟁”19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부활한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해온 지역신문의 역사를 담은 이 발간됐다.(사)바른지역언론연대가 펴낸 이 책은 풀뿌리 지역언론인의 관점에서 지역신문의 태동과 현재 그리고 미래 역할과 과제를 처음으로 기록한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 책을 집필한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은 “1987년 민주화대투쟁으로 대한민국에서 풀뿌리 지역신문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게 됐다”고 밝혔다.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을 거치며 오랫동안 중앙
내용을 입력하세요.내가 물었다. “그렇지만 말이야. 그렇게 되면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신도 없고 내세도 없다면 말이야. 그럼 이제 모든 게 허락된다는 뜻이야?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거야?” “몰랐어?” 그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적인 인간에게는 무엇이든 허락돼” 그가 말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인용)이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서 구입하고 단숨에 읽었다. 소규모 수렵채집 집단생활을 하던 인류는 어떻게 거대한 집단을 만들고 오랜 기간 집단을 확장하거나 유지할 수 있었을까? 친족이라는 친밀함
하얀 눈이 내리면 나는 서위스로 떠난다 드넓은 초원에 눈이 쌓인천의 얼굴 미륵불이 있는 곳 그 어떤 곳도 부럽지 않은우리의 서위스 눈이 덮힌 계곡에서나는 또다른 세상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