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㊵ 필자가 고생했던 피부병 얘기를 꺼내 보자. 중2 한여름 때였다. 어느 날 허벅지 언저리 피부가 가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초기엔 모기에 물렸을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물파스만 연신 발랐다. 이따금 무의식적으로 긁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가려움증이 계속되었고 병변 부위는 잇달아 퍼지고 있어서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자세히 관찰해보았다. 병변 가장자리가 선홍색으로 빨개지며 살짝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하루 정도 지나면 자줏빛을 띠며 가라앉았다. 이때가
왜 가짜메시지를 만들고, 사람들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퍼뜨리는 것일까. 박지영 씨가 쓴 ‘유쾌한 심리학’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은 모호하고 불확실하면 긴장하고 불안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모호한 사건이나 환경에 대해 어떤 의미나 설명을 찾으려 하고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유언비어가 불안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렇게 듣게 된 메시지를 친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람들은 은밀한 소문을 나누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이런 정보를 갖고 있는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함을
이제 팔순에 접어든 우리 엄마는 명랑·쾌활하신 전형적인 경상도 할매입니다. 고스톱 솜씨는 또 어떻구요. 아마 우리 동네에서도 단연 으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왜냐하면 어쩌다 우리 자식들이 내려가 고스톱을 쳐도 우리 돈 다 따먹으며 “피박에 쌍피다. 야야 내 아까 흔드는 거 봤제?”라며 타짜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하시거든요. “내 물올랐다. 니는 치지 말고 옆에서 데라 뜯어라”라며 인심 팍팍 쓰기도 했고, 100원짜리 동전을 찰랑찰랑 흔들어 보이며 놀리기까지 했던 엄마였습니다. 그랬던 엄마가 2주 전에는 팔순이 훌쩍 넘은 우리 아부지를
시인 엘리엇이 유명한 자신의 시 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할 달’이라고 말했지만 우리에겐 2020년 봄이 더 잔인하다. 봄은 역설의 계절이다. 겨우내 잠든 생명의 싹을 띄우는 계절이기도, 죽음도 피어나는 시기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의 자살은 3월부터 급증하여 5월, 6월에 이르는 시기 동안 최고조를 이룬다.2014년 서울여대 경제학과 노용환 교수의 논문 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2년까지의 자살 추세를 분석한 결과 “봄 최고조 (Spring Peak), 겨울 최저화(Winter Throu
약 200만 년 전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이후로, 최근 몇 백 년을 제외하면 마음껏 배부르게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1만 년 전 인류가 농사를 짓기 전에는 사냥이나 채집에 성공한 날만 허기를 달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은 쫄쫄 굵었습니다. 인류가 농사를 시작하고도 비가 제대로 오면 겨우 배를 채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흉년이 들면 여지없이 굶는 날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기르는 가축을 쉽게 잡아먹기 어려워, 탄수화물을 제외한 나머지 영양소 부족은 더욱 극심한 상태였을 겁니다.따라서 우리 몸의 세포가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요즘 코로나19 공습은 전쟁 통 난리나 다름없다. 점심시간에 지인들과 찾은 식당엔 1팀, 그도 우리뿐이었다. 예전에는 꽤나 유명한 맛집이라 줄을 서야 했던 집이다. 코로나 19는 어느 정도 강도를 가진 바이러스일까? 돌아보면 2003년 봄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 사스, 2009년 4월 멕시코의 신종플루, 2015년 중동 발 메르스와 비교할 수 있다. 2013년 12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2015년 소두증으로 불리는 지카 바이러스, 2017년 A형 독감, 조류독감(AI), 노로바
짐승을 사냥하던 우리 조상 중에는 배가 나온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냥만으로는 먹을 것을 충분히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비만은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농사가 사냥보다 편한 것도 비만이 되는 데 일조했을 것입니다.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이 폭식하는 것을 보면 비만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쫓기는 사슴과 추격하는 치타의 몸에서는 비만의 징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먹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포식자에게 쫓길 때는 죽어라 도망가야 하니 살이 찔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치타의
전국의 산업단지들이 지정폐기물 매립장(이하 산폐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각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지정폐기물들을 자체적으로 처리해 환경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신설 산업단지에는 의무적으로 산폐장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제규정은 오히려 산업단지마다 쓰레기 대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져 기업과 주민들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산시의 경우 감사원은 충남도와 서산시가 오토밸리산폐장과 관련 ‘산단내 폐기물 처리’라는 규정을 적용한 것에 대해 위법하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 신기한 현상은 톡소포자충이 기획한 일입니다. 톡소포자충의 목적은 중간 숙주인 쥐를 거쳐, 최종 숙주인 고양이 내장에 들어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톡소포자충이 쥐의 편도를 억제해,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것이죠.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를 심하게 억제한 경우에는, 쥐가 고양이를 자기의 짝짓기 상대로 오판한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고양이가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쥐를 잡아먹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
1918년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2년동안 전세계에서 2500~5000만 명을 사망시켰다.중세 유럽의 페스트 때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독감 하나로 인해 죽은 것이다. 그 숫자는 1,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한 예로, 미국에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만에 24,000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었다.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이러스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시체로부터 얻은 검체를 통해 H4N1형 인플루엔자로 확인됐다. 이런 것이 Pandemic. 즉 범유행 전염병이다.
어느장기건 병이 나면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여기에 순위를 매긴다는 게 좀 우습지만, 제가 생각하는 장기의 서열은 다음과 같습니다.1위 뇌와 척수, 2위 심장과 허파, 3위 간과 콩괄, 4위 생식기관, 5위 소화기관, 6위 뼈, 7위 골격근, 8위 피부. 이런 서열은 그 장기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위 조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정한 것입니다.서열 1위인 뇌와 척수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머리뼈와 등뼈 속에 들어 있습니다. 뇌는 '머리카락-머리 피부- 머리뼈(빈틈이 없는 통)
의학칼럼최근 들어 운동이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축소되어 치매 환자처럼 잘 까먹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해마가 축소되는 이유는 해마 부위의 뇌유리신경성장인자BDNF, Brain-Derived Nerotophic Factor와 그 수용체인 TrkB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뇌유리신경성장인자와 TrkB를 증가시켜 해마를 재생하고 기억 및 인지 능력을 항진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더구나 운동 후에